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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위의 맛집! 기내식 그 특별한 맛의 비밀
2019. 4. 12. 08:00


항공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중 하나가 바로 기내식이죠. 같은 음식을 먹어도 어디서 먹느냐에 따라 풍미가 달라지는데요. 여행의 설렘과 기대감, 때론 시작의 에너지까지 품어 더욱 특별한 기내식! 나날이 맛있게 진화하는 기내식에는 숨은 비밀이 있습니다!




시작은 샌드위치! 기록상 기내식의 시작은 1919년 런던∼파리 사이의 정기 항공 노선에서 샌드위치 · 과일 · 초콜릿 등을 종이 상자에 담아 제공한 것이었는데요. 현재와 유사한 기내식이 등장한 것은 1936년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이 기내에 주방(Galley, 갤리)을 설치하면서부터죠. 지상의 기내식 공장에서 만든 조리 음식을 갤리에서 데워 제공할 수 있게 되면서 기내식 구성이 점차 다양해졌습니다.


기내식에는 일반 식당과 다른 몇 가지 원칙이 있는데요. 우선, 제한된 좁은 공간에 장시간 앉아 있는 승객에게 제공하기 때문에, 운동 부족으로 인한 소화 장애를 방지하기 위해 흡수가 잘되는 식품으로 구성한다는 점이죠. 이 원칙을 지키는 선에서 ‘고칼로리’의 ‘단짠’ 음식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항공사고 발생 시 탑승객들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일부러 고칼로리로 조리한다는 설도 있지만, 이는 사실무근이구요. 기내식이 자극적이고 칼로리가 높은 진짜 이유는 기압 때문입니다.


독일의 프라운호퍼 물류연구소에서 실험한 결과, 비행기 순항 고도 대략 3만 5,000피트 상공에서 기내식을 먹었을 때 미각의 70%를 잃는 것으로 조사되었는데요. 그중에서도 짠맛은 20~30% 덜 느꼈으며, 단맛은 15~20% 정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반면 과일의 단맛이나 신맛은 모든 고도에서 비슷한 상태로 느낄 수 있었죠. 연구진은 “지상 10㎞ 정도의 하늘 위를 날면 외부 공기가 차가워지며 비행기 내부 온도도 영향을 받고 압력도 높아집니다. 승객의 혈액 내 산소 수치가 낮아지면서 후각 수용체의 능력이 감소해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식품 과학자들은 고민 끝에 풍미를 높여줄 방법을 찾았는데요. 생선이나 파스타, 육류를 주재료로 한 요리에 매운 소스를 곁들이거나, 감귤류 등의 신선 과일, 당근과 토마토 등의 야채, 버섯, 해초, 딱딱한 치즈, 시나몬, 생강 등을 기내식에 추가하는 것이었죠. 이 식자재를 넣으면 승객들은 비행기 고도와 상관없이 ‘입맛에 맞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또 미각 기관이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 맛있게 느끼도록 튀김이나 볶음 등 기름진 음식을 메인으로 제공하고 조미료도 많이 첨가합니다. 설탕과 소금도 지상에서보다 많이 뿌리죠. 


‘소화가 잘되는 저칼로리 식단’을 목표로 하지만, 의도치 않게 고칼로리식이 될 수밖에 없는데요. 때문에 열량, 나트륨이나 당분 과다에 민감한 승객은 탑승 예약 시 저열량식, 저염식, 당뇨식 등을 신청하면 항공사에서 별도의 특별식을 제공합니다.



사실 기내식은 조금 짠 편에 속하고 열량도 높아서 먹고 나면 더부룩한데, 맛있고 특별하게 느껴지죠. 알랭 드 보통은 저서 <여행의 기술>에서 “만일 부엌에서 시식했다면 평범하거나 심지어 불쾌했을 음식이 구름이 있는 곳에서는 새로운 맛을 띠고 구미를 돋운다”고 말했는데요. 


그의 말마따나, 인생에서 비행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몇 초보다 더 큰 해방감을 주는 시간은 찾아보기 어려울지 모릅니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여행의 설렘과 함께 마음속 허기까지 든든하게 채워주는 기내식. ‘땅에서 자란 자연의 작품을 하늘에서 먹으며 지구 밖의 풍경을 차지하는 즐거움’이야말로 1만m 상공에서의 한 끼 식사에 더할 나위 없는 양념이 되어주는 셈이죠.



  윤진아 

출처  현대해상사외보 한우리

참고 자료 <왜 맛있을까> 찰스 스펜스, <바퀴와 날개> 강갑생

<공항에서 일주일을> 알랭 드 보통, <식품과학기술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