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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사랑은 무엇일까?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2015. 11. 4. 08:00

안녕하세요. 현대해상 블로그 지기 하이현입니다.^^ 날이 추워지면서 실내 활동을 선호하는 분들이 많으실텐데요~ 실내 활동하면 공연지요?! 오늘은 공연 중에서도 바로 오페라! 오페라 중에서도 모차르트의 ‘3대 오페라’ 중 가장 발랄하고 밝은 분위기의 작품인 <피가로의 결혼>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피가로의 결혼은 모차르트의 아름다운 음악과 더불어 대본가 로렌초 다 폰테의 신랄하면서도 깊이 있는 명대사들이 우리에게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다시금 묻게 하는 오페라인데요. 오랜만에 발랄한 분위기의 오페라를 한편 보며 진실한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모차르트의 3대 오페라 중 가장 경쾌한 작품


모차르트는 대본가 로렌초 다 폰테와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고 하는데요! 두 사람은 이탈리아어로 된 세 개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코시 판 투테(여자는 다 그래)>, <돈 조반니>를 남긴 것으로 알려져있으며 세 작품 모두 모차르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코시 판 투테>는 청춘남녀가 서로 상대를 바꿔가며 자신과 진정으로 어울리는 짝을 찾는 과정을 담아냈고, <돈 조반니>는 스페인의 전설적인 호색한 돈 조반니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사랑이 주는 씁쓸한 고독과 불안감을 노래한 작품입니다. 둘 다 얼핏 보면 희극 같지만, 사실은 인생의 쓰디쓴 진실을 그 속에 담고 있는 일종의 블랙 코미디라 할 수 있답니다~




반면 <피가로의 결혼>상대적으로 밝고 경쾌한 분위기의 작품인데요~ 프랑스의 작가 피에르 보마르셰가 쓴 원작 희곡은 사실 문제작이었는데요. 계급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귀족들에 대한 신랄한 야유와 풍자를 노골적으로 담아내 발표 직후부터 상연 금지 처분이 내려졌다고 합니다. 모차르트가 몸담고 있던 오스트리아 궁정 내에서도 이 작품의 위험성이 거론되었습니다. 그러나 모차르트는 천연덕스런 표정으로 황제를 이렇게 설득했다고 해요! “청춘남녀가 아슬아슬한 줄타기 끝에 사랑을 이루는 내용입니다. 도대체 뭐가 문제가 되는 건가요?”



피가로는 자신의 사랑을 지킬 수 있을까?


오페라의 무대는 17세기 스페인의 세비야. 알마비바 백작의 재단사 피가로와 백작부인의 하녀 수잔나가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바람둥이인 백작은 엉뚱하게도 영지 내의 신부가 결혼하면 영주가 결혼 첫날밤을 신부와 함께 보낼 수 있다는 중세시대의 ‘초야권(初夜權)’을 주장하고 나섰는데요. 한편 백작부인은 남편의 마음이 자신에게서 떠난 것을 알고 수심에 잠기게 됩니다. 그래서 남편의 마음을 돌리고자 피가로와 수잔나 커플과 연합하고, 이러한 백작의 음모를 수포로 만드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온갖 소동들이 이 오페라의 주요 내용이랍니다^^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음악을 쓴 것으로 유명한 모차르트지만 특히나 <피가로의 결혼> 속에는 명선율과 아리아들이 쉴새 없이 등장합니다. 피가로가 백작의 심부름꾼 케루비노를 놀리며 부르는 코믹한 아리아 ‘이제는 날지 못하리’에서 부터, 2막에 등장하는 케루비노의 사랑 고백 노래 ‘사랑의 괴로움 그대는 아는가’, 백작부인의 우아한 아리아 ‘사랑을 주소서’와 ‘그리운 시절은 가고’ 등은 모차르트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아름다운 선율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그 중 ‘그리운 시절은 가고’는 백작부인이 바람둥이 남편인 알마비바 백작의 사랑을 잊지 못하고 옛날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아리아로, 남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피가로와 수잔나와 한편이 돼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내용입니다.



진실한 사랑의 가치에 대해서 묻다


<피가로의 결혼>을 지금처럼 유명하게 만든 계기는 뭐니뭐니해도 영화 ‘쇼생크 탈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살인죄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수감된 앤드루(팀 로빈스)는 거칠고 엄혹한 분위기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데요. 그는 교도소 도서관 한편에서 낡은 LP 음반을 발견하고는 턴테이블과 마이크에 이를 연결해 레코드를 틀게 됩니다. 그 순간, 모차르트의 음악은 마치 한 줄기 투명한 빛처럼 날아올라 교도소에 수감된 모든 이들의 영혼을 매혹시키기게 됩니다. 모건 프리먼이 분한 엘리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저 노래를 부른 이탈리아 여인들이 누군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그때 쇼생크의 우리 모두는 형언할 수 없는 자유를 느꼈다.”




절망으로 가득 찬 차가운 감옥의 높다란 벽마저 허물었던 그 음악은 3막에서 백작부인과 수잔나가 함께 부르는 ‘편지의 이중창_저녁 바람이 부드럽게’이었습니다. 이 노래는 백작부인과 수잔나가 바람둥이 백작을 골려주기 위해 편지를 쓰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곡입니다.


원작자 피에르 보마르셰의 관심은 계급 제도에 대한 비판과 평민들의 자각이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 작품의 반항적이고 급진적인 성격은 프랑스 대혁명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차르트는 그 위에 진한 휴머니즘의 감동을 더했습니다. 오페라의 마지막인 4막 피날레에서 백작은 백작부인과 피가로 커플을 향해 ‘용서해주오!’라고 외치며 진정어린 화해와 용서를 갈구합니다. 모차르트는 이 오페라를 통해 진정한 사랑의 가치에 대한 물음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페라 감상의 또 다른 즐거움 ‘2중창’

듀엣(Duet), 즉 2중창은 아리아와는 또 다른 차원의 아름다움을 전해주는 음악이다. 소프라노와 테너 두 명의 주인공이 부르는 2중창은 보통 ‘러브 듀엣’으로 불리며 2중창의 핵심이 된다. 반면 바리톤과 소프라노, 테너와 바리톤, 소프라노와 메조소프라노 등의 조합으로 불리는 2중창은 갈등이 심화되고 극이 복잡해질 때 이를 묘사하는 장면에서 등장한다. 듀엣을 통해 서로 다른 두 성악가의 목소리가 아름답게 조화될 때 음악적 감동은 배가 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