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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다스리는 방식이 주거 문화를 바꾸다 온돌 & 벽난로
2019. 1. 28. 08:00


집을 생각하면 연상되는 따뜻함이 있죠. 한국인은 뜨끈한 방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있는 풍경을, 서양인은 안온한 벽난로 옆에서 가족과 이야기 나누는 정경을 떠올릴 텐데요. 


혹한의 기후에 대처하기 위해 발명한 온돌과 벽난로는 각기 다른 주거 문화를 창조했고, 고유한 민족성으로 발전했습니다.




온돌과 벽난로는 기원이 같은데요. 원시시대 화덕이 서양으로 건너가 벽난로가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온돌이 된 것이죠. 벽난로는 기원전 600년경 중국에서 만들어져 러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아메리카로 확산됐습니다. 실내 공기를 직접 데우는 형태이다 보니 바닥이 차갑기 때문에 침대, 의자 등을 활용하는 입식 생활 문화를 만들어냈습니다.


벽난로의 기능적 진화를 이끈 주역은 벤저민 프랭클린인데요. 1742년 당시 미국의 유일한 난방 기구는 벽난로였습니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가까운 곳만 따뜻하게 데우는 벽난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실내 한가운데 놓아 실내가 골고루 따뜻해지는 주철 난로를 발명했죠. 벽난로 앞부분에 연소를 돕는 공기 유입구를 만들고 바닥 밑에는 벽돌 몇 장을 들어내 신선한 공기가 벽난로 내부의 빈 공간으로 유입돼 데워지도록 통로를 마련한 것입니다. 


주철 난로가 인기를 끌자 주변에서는 특허권을 제안했지만 그는 거절하며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발명품으로 도움을 받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발명품으로 기꺼이 도움을 주어야 한다”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난방 기술의 발달로 벽난로의 인기는 쇠퇴하기 시작했지만 미국의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불이라는 자연을 집 안에 끌어들임으로써 인간성을 회복하는 역할을 한다”며 벽난로 본연의 기능을 찬양했고, 현대 건축에 조화롭게 적용했습니다.



한국의 난방은 세계 유일의 온돌 문화죠. 한글, 금속활자와 함께 한민족 3대 발명품으로 불리는 온돌은 ‘방바닥에 불을 때서 구들장을 뜨겁게 난방하는 장치’를 뜻하는데요. 불의 윗부분을 깔고 앉아 사용하는 바닥 난방으로, 불이 꺼진 후에도 열기를 간직한 인류 최초의 축열식 난방 설비입니다. 


벽난로는 연기를 높은 굴뚝으로 바로 내보내는 ‘선 불’을 사용하지만, 온돌은 연기가 방 밑을 지나 방바닥 전체를 거쳐 굴뚝으로 빠져나가는 ‘누운 불’을 사용해요. 게다가 굴뚝에서 나온 연기는 불완전 연소로 생겨난 것으로 수분(목초액)이 대부분이어서 흙집과 마당의 나무를 소독하고 모기 등 벌레를 퇴치하는 기능을 했죠.


건물의 실내 전체를 난방하는 전면 온돌의 보급은 조선 후기에 들어와 가능했지만 ‘일(一)’ 자나 ‘ㄱ’ 자, ‘ㄷ’ 자형같이 주거지 바닥의 일부에만 따뜻한 연기가 통과하는 ‘쪽(부분) 구들’의 역사는 2,000년이 넘습니다. 


이처럼 열원(아궁이)이 주거 공간으로부터 분리되어 있고 복사 난방 방식의 일종으로 온열 환경이 뛰어나 바닥에서 생활하는 우리 민족 고유의 생활양식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가정의 중심에는 주부가 있고, 주택의 중심에는 벽난로가 있다”는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말처럼 서양인에게 벽난로의 의미는 특별합니다. 굴뚝과 이어진 벽난로는 그리스에서 가족을 지키는 헤스티아(Hestia) 여신이 머무는 장소여서 새해를 축하하는 카드, 촛불, 크리스마스 장식, 가족의 사진 등이 벽난로 선반 위에 놓입니다. 


한편 한국인에게는 뜨끈한 아랫목에 누워 ‘등 따숩고 배부른’ 상태가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경지를 의미하죠.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또한 조선의 온돌방을 경험한 뒤 “온돌은 마법의 방이다. 그 방에 들어가자 계절이 바뀌어버렸다”라고 극찬한 바 있습니다. 


그가 온돌에서 힌트를 얻어 뜨거운 물을 파이프로 흘려보내는 방식의 바닥 난방 시스템을 최초로 실현한 것은 이미 유명하죠. 온돌은 오늘날 세계 건축가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아리랑과 씨름, 해녀, 김치 담그기에 이어 국가 무형문화재로 등록될 예정입니다.


좋은 건축은 사람들을 화목하게 하는 건축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벽난로와 온돌은 가족을 불러 모으고, 행복하기를 기원하고, 추억하는 공간으로서 난방 기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경민

 

참고 자료  <온돌의 근대사> 권석영, <스토리 세계사> 임영태, <공간의 인문학> 한현미